순천 바구니호스텔 임광필 사장님 인터뷰 1편

[공유하기]

 

바구니호스텔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해요.

 

제가 원래 여행을 되게 좋아해요. 예전에 1년 동안 세계 일주를 했는데요. 그때가 2002년도였어요. 저 그때 월드컵 못 봤어요. (웃음) 당시 태국에서 하룻밤에 게스트하우스가 그때 돈으로 3000원 정도였어요. 그런 방에서 잤었어요.

 

그때 배낭여행 하는 사람들의 로망이 몇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하루에 5불 이하로 사는 것. 그리고 전체 여행코스를 육지로 도는 것. 이런 것들이 있었어요. 그때 당시에는 육지로 도는 게 진정한 여행자라고 그랬었지요. 비행기로 가는 건 쉽지만 육지로 가려면 비자라든지 정보를 많이 알아야 하기도 하고… 어렵거든요. 누가 여권에 도장 많이 찍냐 이런 거로 시합하고 그럴 때가 있었는데. 아무튼, 그때 여행을 많이 갔고요.

 

그러다가 필리핀을 갔었는데, 중개하는 사람한테 좀 낚였어요. 싸다고 해서 갔는데 약간 비싼 펜션 같은 곳을 가게 됐어요. 거기에서 머물렀어요. 비싸니까 하루만 자고 나오려고 했는데 너무 좋아서 일주일 있었거든요. 사장이랑 친해져서 같이 낚시 다니고 당구 하고 그랬어요. 손님이 없으니까. (웃음) 그때 당시 제가 의대생이었는데. 그때는 의사가 되면 돈을 엄청 많이 버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돈 벌면 그 돈으로 호텔을 하나 차려야겠다고 그때 생각을 했죠.

 

그렇게 호텔에 대한 꿈이 생기고 나서는 여행을 갈 때 여행지보다는 숙박하는 곳, 호텔에 관심을 가졌어요. 새로 생긴 호텔이나 디자인 호텔 같은 거. 휴가갈 날 생각하면서 1년 내내 호텔을 검색했어요. 레지던트 때는 바빠져서 1년에 휴가가 일주일 정도밖에 없었거든요. 이미 여행지는 많이 가보고 해서 다른 건 관심이 없었고 여행 일정이 잡히면 여행지보다도 호텔 위주로 골랐어요. 레지던트 하면서부터는 부티크 호텔이나 좋은 호텔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죠.

 

 

 

그때부터 호텔 사업을 위해 정보를 찾아다니는 마음으로 호텔을 다니신 건가요?

 

아뇨. 그때는 호텔을 만든다는 생각이 막연했어요.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구체적으로 찾아본 건 아니고요. 그냥 그게 좋아서 호텔에 관심을 많이 가졌어요. 배낭여행을 계속하다가 호텔 여행을 하니까 너무 좋았고요. 1년 여행할 때는 여행이 길어서 싼 숙소를 다녔으니까요. 그런데 일하면서 1년에 1주일 이렇게만 갈 수 있게 되니까 여행경비보다는 좋은 숙소 위주로 찾게 되었죠. 그러면서 좋은 숙소의 맛에 빠진 거죠.

 

 

 

여행을 다니시면서 호텔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시게 된 거네요. 그럼 실제로 실천에 옮기고 구체적으로 하게 된 건 언제인가요?

 

제가 원래 서울에서 의사 생활을 했거든요. 서울은 되게 바빴어요. 와이프도 의사거든요. 서로 엄청 바쁘게 살다가. ‘이렇게 사는 거 아닌 거 같다’해서 ‘아이들이랑 편하게 살자’해서 내려왔죠. 그래서 5년 전에 순천에 왔어요. 5년 동안은 그냥 일하는 시간 외에는 여행 다니고 놀고 쉬고 그랬어요. 서울에서는 일할 때도 일하고 쉴 때도 일했거든요. (웃음)

 

그 당시 순천이 ‘내일로 성지’라고 해서 여행객들이 되게 많이 왔었어요. 다들 전주 초코파이 들고 순천에 놀러 오고… 근데 그 당시 순천에는 숙소가 없었어요. 지오스파(찜질방)이 인기가 많았죠. 그때 내일로 피크 때였어요. 그 후로 꺾였는데요.

 

옛날 제가 대학교 다닐 때는 제주도를 자전거로 안 돌면 청춘이 아닌 것 같은 분위기였어요. 한때는 국토대장정 안 하면 청춘이 아닌 것 같았고. 한때는 대학생이 내일로를 안 하면 왠지 청춘이 아닌 것 같았고. 그때 당시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시설은 너무 별로인데 2만 5000원 받고 그랬어요. 그걸 보고 저는 그런 숙소에서 폭리를 취한다고 생각했었죠.

 

제가 여행 좋아하고 건축을 되게 좋아해요. 제가 건축가 되었으면 되게 잘했을 거 같아요. 인테리어도 되게 좋아해요. 집 인테리어도 제가 하거든요. 아키데일리(http://www.archdaily.com/)라든지 건축 사이트가 있어요. 즐겨찾기 해놓고 틈틈이 봤어요. 아키데일리에서 싱가폴 부티크 호텔이라고 해서 ‘더팟(The Pod)’이라는 호스텔이 사진으로 나온 거에요. 캡슐 호텔인데 너무 이쁜 거에요. 우리나라에는 이런 캡슐 호텔이 없는 거예요. 우리나라 게스트하우스 2층 침대는 다 개판이었죠. (웃음) 프라이버시도 없고, 흔들거리고요.

 

제가 주변 친구들한테 이 아이템 괜찮다고 해보라고 했는데 아무도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나이가 40대 넘었으니까. (웃음) ‘무슨 게스트하우스야 됐어.’ 이런 반응이길래. ‘그럼 내가 할래’ 그랬죠. 그때부터 미친 듯이 자료조사,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논문을 많이 써봐서 자료수집은 자신 있거든요. 호스텔 사례 같은 거는 호스텔 월드에서 랭킹 100위 호스텔들 찾아보고요. 홈페이지 다 들어가 보고 어떻게 운영하나 보고… 법규 관련해서도 다 찾아보고. 아마 이거 하면서 여행 관련된 논문까지 읽은 사람은 저 밖에 없을 거예요. 내일로 관광산업에 대한 논문들도 다 읽어보고.

 

물론 논문이 꼭 신빙성 있는 자료는 아니에요. 결과 도출하기 위한 그리고 패스하기 위한 논문들이 많기는 한데요. 그래도 예를 들면 ‘내일로 관광객들의 소비행태’를 가지고 쓴 논문이 있어요. 누가 그런 걸 하겠어요. 그래도 나름 1000명 모아서 설문조사도 하고 그렇게 쓰는거 거든요. 완전히 믿을 만한 자료는 아니지만 무시할 만한 자료는 아니에요. 내일로 루트가 주로 어떻게 되는지 분석한 논문도 있더라고요. 그 외에도 부동산 관련해서 엄청 공부하고요. 이거 준비하면서 책만 한 200권 읽었을 거에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에 친구들이랑 펜션 잡고 놀다가 이 사업 같이하자고 그랬거든요. 처음에는 안 한다고 했는데 설득했어요. 저 포함 세 명의 친구가 같이 시작했어요. 저 그림에서 왼쪽에 친구가 2주~3주 정도 동안 우리나라 게스트 하우스 돌아다녔어요.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을 했죠.

 

 

 

논문까지 읽으며 준비하셨다니 대단하세요. 바구니호스텔은 인테리어가 감각적이고 참 이쁜데요. 인테리어, 건축, 디자인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하신 건가요? 직접 하신 건 아니죠?

 

아니죠. 제 생각은 그래요. 본인이 하면 다 망해요. 왜 전문가를 놔두고 본인이 해요. 내가 생각하는 게 확실해야 하고요, 전문가들에게 잘 전달해야 해요. 그 과정이 핑퐁이 되면 안 돼요. 막연하게 ‘빈티지 스타일로 가고 싶어요’ 이렇게 하는 순간 빈티지 A,B,C안이 오는거에요. 이게 마음에 안 들면 또다시 해달라고 하고… 이러면 안 돼요. 최대한 자세하게 하는 게 중요해요. 핀터레스트나 웹사이트에서 사례를 최대한 다 모아 놓았고요. 디자인하는 사람들,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은 너무 오픈해주면 잘 못 해요. 바운더리를 정해줘야 그 사람들이 창의적인 머리를 써요. ‘깔끔하게 이쁘게 해주세요.’ 이렇게 하면 안 돼요.

 

구체적으로 다 제시를 하고 그 친구들이 가져온 것은 까야죠. (웃음) 수정을 원할 때도 그래요. ‘마음에 그냥 안 드는데요’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얘기해야 좋아요. 사실 처음에 시안이 오면 대부분 마음에 안 들어요. 저는 크리에이티브하지는 않기 때문에 보통은 구체적인 사진 예시를 보여주면서 ‘이런 게스트 하우스의 그림과 이런 호텔의 부분을 같이 합쳤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죠. 디자인하는 친구들이 가져오는 것을 다 그냥 좋다고 한 적은 없어요.

 

 

 

 

바구니 호스텔에 엽서나 액자에 있는 그림이나 일러스트는 누가 그린 건가요?

 

여러 명이 그렸는데요. 건축하신 분 일러스트가 처음에 너무 재밌었어요. 그래서 바구니호스텔전체를 담은 단면도를 일러스트로 그려 달라고 했었고요. 엽서라든지 이런 것들은 그라폴리오(http://www.grafolio.com)라고 일러스트 작가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있어요. 거기에서 마음에 드는 작가들에게 연락을 했고요. 일러스트로 된 자전거 지도 같은 경우는 네이버 지도를 보여주고 원하는 부분을 표현해달라고 했고요. 그 사람의 그림 톤은 제가 그 사람의 다른 그림들을 보고 알 수 있으니까요. 일러스트 작가 3명이 짬뽕이 된 거에요. (웃음)

 

 

 

SNS나 새로운 플랫폼을 잘 활용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게 잘 하는 편도 아니에요. 관심 있는 분야에서 필요하니까 쓴 거죠. 앱을 많이 쓰진 않아요. 핀터레스트 같은 경우에도 제가 일찍부터 하기는 했었는데. 지금은 많이 커졌죠. 제가 관심 있는 분야만 그런 거지 얼리 어답터는 아닙니다.

 

 

 

사장님은 의사이기도 하고 다른 동업자분들도 직업이 있으셨잖아요. 원래 하던 일을 그만두시고 호스텔 사업을 하신 것인지 궁금해요.

 

저는 의사를 지금 하고 있고 오늘도 병원 근무하고 왔고요. 두 친구는 원래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아예 이 사업을 하고요. 저는 응급실에 있어서 한번 일할 때 몰아서 일하고 쉴 때 몰아서 쉬어요. 그래서 저는 일보다는 기획, 마케팅 쪽으로 하고 있어요.

 

 

 

의사 일도 하면서 바구니 호스텔도 운영하시려면 엄청 바쁘시겠어요.

 

바쁘죠. 저는 기획, 마케팅 쪽이라서 트렌드를 계속 읽어야 하고, SNS로 계속 소통해야 하고… 저는 인스타그램으로 단골들하고 재밌게 소통해요. 바구니호스텔 인스타그램 보시면 알 텐데요. 브랜딩 이런 거 없고 고객들하고 농담 까먹기 밖에 없어요.(웃음) 기업과 개인간의 소통은 페이스북으로 하기가 조금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인스타로 소통용으로 하고 있어요. 팔로워수를 늘리기 위해 맞팔을 한다거나 하지는 않고 있어요.

 

 

 

바구니호스텔의 위치를 순천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연고지는 목포인데요. 제가 순천에 왔을 때는 뭐가 없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진짜 유일하게 각광을 못 받던 코스가 여기였어요. 통영 쪽은 그 전에 떴었고. 부산 떴고. 동해안은 워낙 사람들이 많이 가고. 서해안, 안면도 이쪽은 가깝기도 해서 떴었고. 순천만하고 여수같이 잘 되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순천은 사실 하루로 부족해요. 사람들이 순천 올 때는 하루 생각하고 오거든요. 근데 순천만 습지랑 정원만 해도 하루는 끝나요. 낙안읍성, 선암사만 가도 하루 더 있어야 하고. 근처 벌교라든지 근교여행이나 청춘창고나… 제일 좋은 게 여기 앞에 동천 자전거 타는 곳! 너무 좋고.

 

그리고 순천만 너무 좋잖아요. 제가 여기서 사업해서 이렇게 얘기하는 게 아니고요. 이렇게 유니크한 광경은 아무 데서나 안 나와요. 바다, 백사장, 폭포… 바다는 사실 비슷해요. 돌만 좀 다르죠. 그런데 순천만처럼 이렇게 유니크한 데가 없어요. 산 앞에서 쫙 펼쳐지는 강과 습지, 갈대밭하고 바다로 연결되는 뷰가 너무 좋고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달라요.

 

처음에는 순천에 사니까 순천에서 하게 된 것도 있지만요. 순천의 관광자원을 믿었어요. 논문을 보니까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곳은 여수인데 재방문 의사는 순천이 더 높아요. 여수는 가서 실망하는 사람이 있는데 순천은 실망하는 사람이 없어요. 그리고 숙박업은 재방문이 중요한 사업이거든요.

 

 

 

바구니호스텔을 저도 왔지만, 주변 사람들도 보면요. 꼭 순천을 보고 온 게 아니라 이 바구니 호스텔을 보고 ‘여기서 자보고 싶다!’해서 오더라고요.

 

그렇게 많이 오세요. 바구니 호스텔이 목적지라고 하고 오세요. 처음에도 다른 게스트하우스랑 경쟁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젊은 친구들이 게스트하우스 운영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 친구들하고 밥그릇 싸움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처음에는 내일로를 타겟으로 했었는데요. 호스텔 공사하면서 내일로가 꺾이는 것을 눈으로 봤어요. 해가 갈수록 뚝뚝 떨어져요. 노선을 바꿨죠. 내일로를 하고 다시 온 직장인들을 타겟으로 하자. 직장인들은 이 정도 시설이면 3만 원, 4만 원 지불할 것이다. 가성비를 알아줄 것이다. 바구니호스텔 가격은 저렴하지 않아요. 보통 게스트하우스는 2만 얼마인데 저희는 3만 원이죠. 가격 DC도 하지 않고 대신 힛더티(http://www.hitthetea.com/)와 콜라보해서 가격 DC 대신 좋은 차를 무료로 드리고 있죠.

 

 

 

 

제 생각에는 바구니 호스텔이 지금도 이미 잘 되고 있지만.

 

잘 안돼요. (웃음)

 

아직 운영기간이 길지 않으니, 앞으로 더 잘 될 것 같거든요. 지금보다 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정말 아주 대박 날 것 같거든요.

 

잘 되어야죠. (웃음)

 

 

 

한번 여기에 와보면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혹시 앞으로 바구니호스텔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계신 지 궁금해요.

 

저희가 이렇게 지방 호스텔, 게스트하우스인데 이렇게 주목을 받고 여기저기서 소개 되는 이유는요. 처음부터 1호점이 아니라 최소 3호점은 간다는 생각으로 기획을 했거든요. 네이밍부터 해서 서비스 담고, 의미도 담고. 그렇게 간 거에요. 저희의 계획이라면 꿈은 셋이서 3호점을 해서 각각 하나씩 운영하고 싶어요.

 

 

 

역시 큰 미래를 보고 계셨군요. 바구니호스텔의 2, 3호점의 후보지역이 궁금한데요.

 

처음에는 어떻게 생각했느냐면요. 광주, 목포, 순천이었죠. 그런데 막상 호스텔을 실제로 운영해보니까 그게 아닌 거에요. 막연하게 잘 해놓으면 사람들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먹히긴 했어요. 순천 때문이 아니라 바구니호스텔 보러 왔다는 분들도 많고요. 그런데 그 타겟이 생각보다 적어요. 문제는 주말에 몰려요. 평일에 먹고 살아야 하는 거에요. 평일에 먹고 살려면 대도시를 가야 해요. 출장객이나 해외여행객들이요. 그래서 서울, 부산이나 광주… 이렇게 생각해요. 광주는 관광자원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부산 생각하고 있어요.

 

서울은 그게 무섭죠. 지금 제 고객들이 만 명 왔다 갔다고 하면요. 보통 네이버나 부킹닷컴에서보면 평점이 9.5~9.6이에요. 95퍼센트 만족한다는 뜻인데요. 만족한 사람만 후기를 쓴다는 가정하에 만명 중 80퍼센트는 만족하는 거 같아요. 저희의 이런 기존 고객들에게 소개만해도 부산은 잘 될 것 같아요. 근데 서울은 마케팅이 완전히 달라야해요. 저희 고객의 80퍼센트가 서울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서울에 게스트하우스를 만들면 그분들이 와서 사진은 찍고, 카페는 오고, ‘사장님 안녕하세요!’ 하고 오겠지만 자러 오시지는 않겠죠. 마케팅을 아예 다르게 해야 해요.

 

 

 

2편에서 계속…

임광필

바구니 호스텔 대표

bagunihostel.com


[공유하기]

박기연

느리게, 행복하게 살기 위해 창업했습니다 :) 세븐아워 대표. '덜 일하고 더 행복하게 사는 법' 저자.

다른 글 보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